나는 너를 처음 본 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왜 굳이 만남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느냐 묻는다면 그 날을 기억하는 것은 아마 나뿐일 테니까. 이삿짐을 다 옮기고 구경이라도 해볼까 싶어 동네에서 제일 크게 난 길을 걷고 있던 내 옆으로 너는 스쳐 지나갔었다. 이런 말을 하면 발랑 까진 애로 비춰질 지 모르겠지만 내가 처음 널 본 후 느낀 것은 네가 퍽 섹시하다는 거였다. 햇빛 같은 것은 신경도 쓸 것 같지 않은 눈을 하고 땀을 흘리며 걷는 네 모습에 나는 그 자리에 홀린 듯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는 안중에도 없는지 너는 가던 길을 멈추지 않았고 나는 네 뒷모습을 보다가 누군가가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간 후에야 가던 길을 마저 갈 수 있었다.
이런 내막을 안다면 옆 집 이웃이 너였다는 사실에 내가 얼마나 기뻐했을 지 대충은 예상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던 것이 너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조금은 궁금해 할 수 있는 새로 이사 온 이웃에 대해 정말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내가 너를 보고 붉어진 얼굴을 한낮의 햇빛 탓으로 돌릴 때에도 너는 내게 단 한 줌의 시선도 보내지 않았고 옆집 이웃이라는 매개로 첫 인사를 하고 난 후에도 너는 내 이름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네 어머니의 뒤에 선 너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보냈을 때 내 눈에 비춰질 설렘을 억누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너는 알기나 할까. 은근히 억울한 마음이 들지만서도 너의 그 반듯한 얼굴과 시선을 마주하면 바보처럼 눈과 입꼬리가 풀려버리는 것이 열 아홉의 나였었다.
나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을 정도로 감성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메마른 사람은 또 아니었기에 너를 향한 내 감정이 단순한 호감 이상이라는 것을 깔끔하게 인정했다. 나는 너에게 말을 걸고 싶었고 내가 우연히 너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했고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길 바랐다. 일찍 등교하는 너를 보려 기상 시간을 앞당겼고 학교에서는 일부러 너의 반이 있는 층을 배회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내 노력에도 우리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고 친하게는 커녕 대화라도 나눌 만한 접점은 생길 기미조차 없었다. 그랬기에 네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것이었다.
오이카와. 순간 나는 그것이 내 이름이 맞는 것인지를 아주 잠깐 헷갈렸다. 네가 내 이름을 알고, 기억하고 있었던 건가. 그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름을 불러주었더라도 며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으련만 너는 나를 구해낼 목적으로 착하고 바른 너에겐 어울리지 않는 거짓말까지 늘어놓고 있었다. 그 상황이 정말 못견디게 좋아서 나는 주책맞게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려고 괜히 헛기침을 했다. 네 구원을 받고 팔에 들러붙은 손을 떼어내 너에게로 가는 그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고 또 무겁던지. 집 가는 길이면 같이 갈래? 태연한 듯 물었지만 그 때 나는 부모님에게 성적표를 드릴 때 보다도 더 떨리는 마음이었다. 네가 고개를 끄덕이고 항상 뒤에서만 봐왔던 어깨에 팔을 올리고 고맙다는 말에 대한 담백한 답을 얻어냈을 때의 기쁨은 내 조악한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뻔한 표현을 빌리자면 난 그 때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어, 코우시.
그 일 이후로 너와 나는 많이 가까워 진 듯 싶었다. 가까워졌다 라고 확실히 말하지 않는 이유는 글쎄, 십대 후반 남자들의 친목 치고는 우리의 관계가 너무 밍숭맹숭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시내에 나가 놀지도 않았고 야한 잡지나 동영상을 돌려 보며 서툰 욕망을 내비치는, 친구라는 이름의 소년들이라면 한 번 쯤은 할만한 일들을 일체 하지 않았다. 가끔 함께 등교하고 점심을 먹을 때 마주앉거나 하는 정도가 관계의 변화로 인해 나타난 것들이었다. 그것이 불만이었냐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나는 그 행동들이 너를 닮아 좋았고 네 집 앞에서 네가 준비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의 그 기다림을 사랑했으니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같이 등교하기로 한 전날 밤, 나는 내 머릿속으로도 모자라 천장까지 가득 채운 네 생각에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오랫동안 뒤척였다.
너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나는 그것이 퍽 마음에 들었었다. 내가 충동적으로 자전거를 끌고 너의 집 앞에 서있으면 이 층의 네 방에서 나를 본 너는 우리가 마치 전날부터 약속이라도 해둔 것처럼 나와 내 자전거 뒤에 앉곤 했다. 왜 라는 물음을 하지 않아 나 또한 아무런 설명 없이 자전거에 앉아 페달을 밟았다. 너는 그럴때마다 내 티셔츠 자락을 잡았는데 그것이 또 묘하게 긴장이 되는 일이라 나는 부러 허리에 힘을 주고 등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부었다. 가끔씩 등허리에 닿는 너의 주먹 쥔 손이라던지 바람과는 조금 다른 온도의 미약한 날숨을 느끼며 나는 뒤에 앉은 네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입꼬리를 한껏 올려 소리없이 웃곤 했다. 그리고 도착한 들판에서 나는 네 손을 잡았다. 너는 이번에도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내 손등을 손가락으로 감싸 쥘 뿐이었다. 곁눈질로 슬쩍 너를 내려다 보았다. 들꽃의 보드라운 잎이 내 온 몸을 스치고 지나간 듯 간질거려 나는 그만 소리내어 웃고 말았었지.
아직도 손에 남아있는 듯한 너의 온기를 느끼며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들은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이사를 갈 것 같아. 온지 얼마나 됐다고요? 네 아버지 친구중에 요코하마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동업을 해보자고 제안을 받았다네? 우리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지. 나는 일주일 후 떠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내 방으로 올라갔다. 너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 너는 저 멀리로 떠난다는 내 말에 슬퍼해줄까, 아니면 언제나의 너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줄까.
그리고 엿새 후 너와 나는 만났다. 대화 없이 발이 가는 대로 걷던 우리는 마을 구석에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공원으로 들어가 낡은 벤치에 앉았다. 칠월의 밤바람은 조금 눅눅했고 사람이라곤 우리밖에 없는 공원은 평화롭기 그지없었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가 못했었다.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있는 너에게선 미묘하게 샴푸 냄새가 났고 나는 네 정수리에 슬쩍 볼을 기댔다.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하고 고민하던 중에 네 손등에 깍지를 꼈고 그것이 무슨 신호라도 되었는지 너는 내게 입을 맞추었다.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나는 네게 나의 떠남을 고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마지막 기억이 이 입맞춤 된다면 썩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네 뒷덜미에 손을 올리며 슬쩍 눈을 떴다. 가지런히 뻗은 네 속눈썹은 참 고왔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직 나는 너와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우리는 함께 만화책을 빌려보지도 못했고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은 일도 없었다. 서로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도 몰랐다. 난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얼마 있지 않아 동이 텄고 나는 네가 아직 꿈나라에 있을 새벽에 요코하마로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모두 엇비슷한 집들 중 하나에 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동네는 내게 가장 완벽한 곳이었는데. 나는 터져나오는 눈물에 입술을 짓씹었다. 사실 이런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 너에게 떠난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네 얼굴을 마주하고 이별을 고했다가는 나는 마치 일곱 살 난 아이처럼 울어버릴 것이 분명했고 나는 네 기억에 잘생기고 멋진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후회되었다. 무미건조한 배웅이라도 좋으니 한 번, 딱 한 번 만 더 네가 보고 싶었다.
차 안에서 모든 것을 쏟아낼 듯 울었던 그 날, 누군가 나더러 너를 사랑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을 조금 망설이다가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했느냐 묻는다면 그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어렸던 나는 사랑이 뭔가 무척 거창한, 서로를 위해 목숨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 수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것인줄로만 알아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을 사랑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너무 어린 감정이라 치부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너에게 보냈던 맹목은 내가 이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들 중 가장 사랑에 가까운 것이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나조차 그것을 몰랐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아버지의 사업은 다행히도 성공했다. 기업 사장이라는 꽤 그럴듯한 직함까지 갖춘 아버지는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나를 당신의 회사에 집어넣었다. 소위 말하는 낙하산이었다.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착한 아들이었고 그랬기에 사실 대충 출퇴근만 했어도 되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다.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일하는 것을 보며 나는 종종 너를 생각하곤 했다. 공부를 잘했던 너였으니 분명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겠지. 도쿄대나 아니면 교토대 같은. 졸업을 하면 도쿄에 있는 좋은 회사에 들어갈테고 네가 들어간 회사가 내가 일하는 곳과 비슷한 업계의 것이라면 어쩌면, 아주 만약의 확률로 만날 수도 있겠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았다. 훗날 우연히 만날지도 모를 네 앞에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개 중에는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거나하게 취한 그는 호텔의 카드키를 내밀며 나에게 말했다. 오이카와 씨를 위해 준비한 게 있다고. 아마 마음에 쏙 들 거라고. 호텔 키가 어떤 의미인지 대번에 알아차린 나는 곧바로 거절했지만 그는 술에 취해 말조차 분간을 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이상한 소리로 웃으며 내 손에 억지로 그 카드를 쥐어주었다. 말릴 틈도 없이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통에 나는 카드키를 들고 멍청히 작아지는 택시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차라리 내가 조금만 더 모진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호텔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 누군가가 마음에 걸려 결국 택시를 잡아 탔다. 호텔의 이름을 말하고 시트에 몸을 기대 창문을 내렸다. 문 틈으로 들어와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여름 밤의 바람은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말을 하면 눈가를 찌푸리며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지었겠지만 사실 너는 굉장히 예쁜 얼굴이었다. 여자같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네 얼굴이 그랬다. 잘생겼지만 예뻤고 강인해 보이지만 여렸으며 완고한 듯 유했다. 성격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게 딱 너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었다. 너는 닳고 닳은, 인생사에 무상한 듯한 사람처럼 굴다가도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었고 나는 너의 그 차이를 못견디게 좋아했다. 그래서 네 얼굴을 그 중에서도 특히 눈을 좋아했더랬다. 나른한 듯 하다가도 나를 끝없이 꿈꾸게하는 그 눈을. 항상 아름답게 반짝였던 눈동자를. 그 옆에 아주 멋진 장식처럼 곁들여진 점까지도.
그리고 초록의 전쟁이 일어난 한 여름의 숲 같던 너의 눈은 지금, 마치 겨울나무처럼 잔뜩 메말라있었다. 호텔방의 문을 열고 침대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을 때 나는 내가 헛것을 보는 것인가 싶었다. 너를 항상 보고싶어 하긴 했지만 환영을 볼 정도로 절박한 것이었나. 술에 취해 잠시 눈이 이상해졌겠거니 싶어 눈을 꾹 감고 다시 떠봤지만 너는 그대로였다. 감각이 온전한 것을 확인하자 나는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차라리 꿈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보는 네 눈이 절망적일 만큼 현실의 것이어서 나는 내 마지막 보루조차도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너와의 재회가 이럴 것이라고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우리가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동등한 악수를 나누며 그렇게 만날줄로만 알았다.
나는 불현듯 옛 생각에 잠겼다. 과거의 너에게 내 질질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감수하고라서도 내 떠남을 고했더라면, 편지라도, 문자라도 주고 받자고 너에게 매달렸다면, 그동안의 너에게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 지 내가 알 수 있었고 또 도움을 줄 수 있었더라면 너는 이렇게 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우리는 이렇게 만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순간 모든 것이 내 탓인듯 싶어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를 탓하는 것이 내겐 최선이었다. 그렇게나 자신감 넘치고 아름다웠던 너는 왜 이렇게나 변해버린 것일까. 그 와중에도 얼핏 본 얼굴이 여전해서 나는 더 억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같다.
내 고개를 들어올린 것은 너의 웃음소리였다. 울음기가 가득한 눈으로 웃고 있는 네가 어찌나 가련해보이던지 나는 안타까움에 눈가를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조금 굳어버린 다리를 움직여 네게로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얼마나 무겁던지 차라리 뒤를 돌아 도망치고 없던 일로 치부해버리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마침내 도달한 너의 앞에 서 나는 조금 머뭇거렸다. 나는 우는 사람을 달래는데 능숙하지도 않았거니와 그 상대는 다름아닌 너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네 옆에 앉아 팔로 네 등을 감싸쥐었다. 그 어렸던 몸보다도 마른 어깨가 느껴져 입술을 씹었다. 나는 너를 내 품 안으로 끌어들이고 떨리는 손으로 등을 쓸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댔다. 괜찮아. 괜찮아, 코우시. 내 말이 기폭제라도 된 양 너의 웃음 소리가 우는 소리로 바뀌었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네 등을 쓸어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내가 세상에 둘도 없이 무능하게 느껴졌다. 너는 울음을 쏟아내면서도 간간히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난 과거의 네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네가 미안하단 말을 하듯 괜찮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너는 내 셔츠의 어깨가 완전히 젖어들어 갈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네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마른 어깨를 쓸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던 네 머리카락에는 들판의 향이, 칠 월 밤의 바람과 별이, 너를 처음 보았던 날의 햇살이, 그리고 바보 같았으리만치 순수했고 그만큼 빛났던 우리의 청춘이 바랜 채로 남아 있었다. 먼지쌓인 우리의 과거를 회고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너를 안아주면서도 네 품에 안겨 그렇게 울었다. 온 몸의 수분을 내보일 것처럼 울면서 생각했다. 사랑한다고. 아직까지도 코우시를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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